FDM 출력물을 레진처럼 매끈하게 — 사포·퍼티·서페이서·도색 완벽 가이드
FDM 적층선을 레진에 가깝게 지우는 전체 공정 — 출력 세팅부터 사포·퍼티·서페이서, XTC-3D 코팅, ABS 훈증, 도색·탑코트까지 단계별로.

FDM으로 뽑으면 아무리 잘 나와도 손끝에 적층선(layer line)이 걸린다. 반면 레진은 표면이 매끈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디테일은 레진, 큰 건 FDM"으로 나눠 쓰지만 — 사실 FDM 출력물도 후처리만 제대로 하면 레진에 근접한 매끈함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코스프레 소품, 대형 피규어, 판매용 굿즈처럼 "표면이 곧 완성도"인 작업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 글은 기초 후처리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간, FDM을 레진처럼 만드는 전체 파이프라인을 정리한다.
후처리 기초(서포트 제거·기본 샌딩·프라이머·도색 3종)는 3D프린팅 후처리 기초 글에서 먼저 잡고 오면 이 글이 훨씬 잘 붙는다.
먼저 — "레진처럼"의 현실적 기대치
솔직하게 말하면, FDM을 100% 레진급으로 만드는 건 어렵다. 목표는 "적층선이 눈·손끝에 안 걸리고, 도색이 균일하게 먹는 표면"이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도달한다. 대신 노동과 시간이 든다 — 이 글의 절반은 "그 노동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관한 것이다. 가장 큰 절약은 후처리가 아니라 출력 단계에서 나온다.
1. 출력 단계에서 미리 줄인다 (노동 절반 세이브)
후처리 양은 출력물이 얼마나 거칠게 나왔느냐로 이미 결정된다. 뽑기 전에 이것부터 손보자.
- 레이어 높이 0.12~0.16mm: 0.2mm보다 적층선이 얕아 샌딩이 훨씬 빨라진다. 표면이 중요한 파트만 낮춰도 된다.
- 다림질(Ironing) 켜기: 슬라이서의 윗면 이로닝 기능은 최상단 면을 노즐로 문질러 거의 매끄럽게 만든다. 윗면이 보이는 파트에 효과적.
- 벽(월) 라인 2~3겹 + 라인폭 조정: 벽이 얇으면 샌딩 중 구멍이 뚫린다. 갈아낼 여유를 두려면 벽을 넉넉히.
- 시임(seam) 위치 정렬: 슬라이서에서 이음선을 뒤쪽/구석으로 몰면 갈아낼 자국이 한 줄로 정리된다.
- 서포트 최소화 각도 배치: 서포트가 닿았던 면은 반드시 거칠다. 매끈해야 할 면이 바닥/서포트에 안 닿게 회전해서 앉힌다.
2. 하도 — 샌딩(사포질)이 8할이다
매끈함의 대부분은 사포질에서 나온다. 핵심은 낮은 방수에서 시작해 점점 높은 방수로 올라가는 것.
- 순서: 150 → 400 → 800 → 1200 → 2000방. 한 단계 건너뛰면 이전 스크래치가 안 지워진다.
- 물사포(습식): 사포를 물에 적셔 갈면 분진이 안 날리고 마찰열이 줄어 PLA가 안 녹는다. 열에 약한 소재일수록 습식이 유리.
- 방향: 한 방향으로만 밀지 말고 원형/교차로. 적층선과 직각 방향으로 문질러야 골이 빨리 메워진다.
- 과열 주의: 전동 샌더를 세게 대면 PLA는 순식간에 녹아 뭉갠다. 약하게, 자주 식히며.
사포질은 "한 번에 매끈"이 아니라 "샌딩→서페이서→다시 샌딩"을 2~3회 반복해서 완성된다. 한 번에 끝내려 하면 오히려 자국이 남는다.
3. 갭·심·서포트 자국 메우기 (퍼티)
샌딩만으로 안 지워지는 게 있다 — 깊은 골, 서포트 뜯은 자국, 대형 분할 출력의 접합부. 여기엔 퍼티(putty)로 육성한다.
락커 퍼티 (표면 결 메우기)
- 공업용 신나로 희석한 퍼티 용액(신나 7 : 퍼티 3)을 작은 붓으로 표면에 바르고 건조 → 이 도포·건조를 2~3회 반복하면 적층 무늬가 완전히 덮인다.
- 굳은 뒤 다시 샌딩하면 결이 평평해진다.
순간접착제 + 베이킹소다 (빠른 육성·접합)
- 틈에 순접을 바르고 베이킹소다를 뿌리면 즉시 단단하게 굳는다. 분할 파트를 붙인 이음새나 큰 구멍을 빠르게 메울 때 유용 — 굳은 뒤 갈아낸다.
4. 중도 — 서페이서(필러 프라이머)
서페이서는 미세 흠집을 덮고, 도료가 안착할 바탕을 만들고, 남은 결함을 눈에 보이게 드러내는 3역할을 한다.
- 스프레이 서페이서를 얇게 여러 번 올린다. 한 번에 두껍게 뿌리면 흘러내리고 디테일이 뭉갠다.
- 그레이(회색) 서페이서를 쓰면 단색으로 통일돼 적층선·스크래치가 그림자로 드러난다 — 보이는 흠을 다시 샌딩/퍼티로 잡는다.
- 서페이서 → 1000~1500방 샌딩 → 다시 서페이서. 이 사이클 2~3회면 표면이 거의 사출품처럼 된다.
5. 지름길 — XTC-3D 에폭시 코팅
샌딩 노동을 줄이고 싶다면 Smooth-On XTC-3D 같은 2액형 에폭시 코팅이 답이다. 1:1로 섞어 붓으로 바르면 스스로 수평을 잡으며(self-leveling) 적층선을 메운다.
- PLA·ABS·PETG·레진 출력물 모두 호환. 약 2~4시간 경화 후 그 위에 샌딩·프라이머·도색 가능.
- 장점: 큰 표면을 몇 시간 사포질하는 대신 한 번 발라 대부분의 결을 메운다.
- 단점: 코팅층이 있어 미세 디테일을 살짝 뭉갤 수 있다. 미니어처처럼 디테일이 생명인 건 아주 얇게, 큰 소품엔 넉넉히.
6. ABS 훈증(아세톤 베이퍼) — 화학적 매끈함
소재가 ABS·ASA라면 샌딩 없이도 유리처럼 매끈하게 만들 수 있다. 밀폐 용기 안에서 아세톤 증기에 잠깐 노출시키면 표면이 살짝 녹아 적층선이 흐르며 광택이 난다.
⚠️ 아세톤 증기는 인화성·유독성이다. 반드시 환기되는 곳에서, 화기·스파크 없는 환경에서, 짧게. PLA는 아세톤에 거의 반응하지 않으니 이 기법은 ABS/ASA 전용이다. 과하면 디테일이 다 녹아 뭉개진다 — 짧게 여러 번이 안전하다.
7. 상도 — 도색과 탑코트
바탕이 매끈해졌으면 색을 올린다. 여기서도 원칙은 하나 — 얇게, 여러 번.
- 스프레이/래커는 한 번에 두껍게 뿌리면 흘러내리고 뭉친다. 20~30cm 거리에서 얇게 여러 겹, 겹마다 완전 건조.
- 색 사이·최종에 탑코트(무광/반무광/유광)로 마감하면 색이 보호되고 질감이 통일된다. 미니어처는 보통 무광 탑코트 후 부분 광택.
- 미니어처 디테일 도색(프라이머→베이스→드라이브러시→워싱)은 후처리 기초 글의 도색 파트를 참고.
실전 워크플로 요약
- 출력: 레이어 0.12~0.16mm + 이로닝 + 시임 정렬로 거칠기 자체를 줄이고 시작
- 서포트·거스러미 제거 → 150~400방 거친 샌딩
- 깊은 골·이음새는 퍼티(신나7:퍼티3)나 순접+베이킹소다로 육성 → 샌딩
- (넓은 면) XTC-3D 코팅으로 결 한 번에 메우기(선택)
- 그레이 서페이서 얇게 → 흠 확인 → 1000~2000방 샌딩 → 서페이서 재도포(2~3회)
- (ABS/ASA면) 아세톤 훈증으로 광택 마감(안전 필수)
- 도색: 얇게 여러 겹 → 무광/유광 탑코트로 봉인
흔한 실수
- 방수 단계 건너뛰기 → 이전 스크래치가 영원히 남는다.
- 서페이서·도료를 한 번에 두껍게 → 흘러내리고 디테일 사망.
- 건식 샌딩으로 PLA 과열 → 녹아서 뭉갬. 물사포로.
- XTC-3D를 미니어처에 두껍게 → 얼굴·문양이 뭉갬.
- ABS 훈증을 밀폐된 방에서 화기 근처 → 위험. 환기·짧게.
표면을 다 잡아도 결국 출력이 잘 나와야 후처리가 쉽다. 첫 레이어가 뜨거나 스트링이 심하면 후처리로 메우기 전에 세팅부터 잡는 게 빠르다 — 진단소에서 같은 증상의 해결값을, 검증세팅에서 내 기종·소재 조합의 검증값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