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도료
출력물을 '뽑은 것'에서 '만든 것'으로 바꾸는 마지막 공정
출력물을 '뽑은 것'에서 '만든 것'으로 바꾸는 마지막 공정
도료는 출력이 끝난 표면에 색을 올리는 물건입니다. 오해부터 풀고 가면, 도료는 출력 결함을 가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도색은 레이어 라인·서포트 자국·사포 스크래치를 더 도드라지게 만듭니다. 단색 플라스틱일 땐 눈에 안 띄던 굴곡이, 색이 얹히고 빛이 반사되는 순간 전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료는 '표면 정리(사포) → 하지(서페이서) → 도색' 이라는 순서의 마지막 칸에 들어가는 물건이지, 앞 공정을 건너뛰게 해주는 물건이 아닙니다. 고를 때 실제로 갈리는 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도료의 계열(수성 아크릴이냐, 용제형 래커·에나멜이냐 — 이건 안전·환기·도막 강도가 전부 달라집니다), 다른 하나는 올리는 방식(붓이냐 에어브러시냐)입니다. 이 두 축이 정해지면 나머지는 취향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하지 없이 맨 플라스틱에 바로 칠하면 도막이 긁힘에 쉽게 벗겨지고, 밝은 색은 밑색이 비쳐 몇 번을 덧칠해도 발색이 안 납니다. 도료의 성능 절반은 하지가 만듭니다.
도색은 표면 결함을 가리는 게 아니라 강조합니다. 사포로 레이어 라인·서포트 자국을 먼저 지워야 도료가 제 값을 합니다.
래커·에나멜 같은 용제형과 에어브러시 미스트는 마스크 없이 다룰 물건이 아닙니다. 먼지용 방진 마스크로는 유기용제 증기를 거르지 못합니다.
레진 출력물은 표면이 매끈해 도색이 가장 잘 사는 소재지만, 세척·경화가 끝나기 전에 칠하면 표면에 남은 미경화 레진 때문에 도막이 끈적하게 들뜹니다. 순서가 곧 결과입니다.
처음이라면 수성 아크릴이 무난합니다. 물로 희석·세척이 되고 냄새가 적어 실내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도막 강도와 밀착이 더 필요해지면 그때 용제형(래커)을 검토하되, 환기와 마스크가 함께 따라와야 합니다. 소재(PLA·레진 등)보다 '어디서 칠할 수 있느냐'가 계열 선택을 먼저 결정하는 편입니다.
희석제가 다르고, 그래서 안전·도막·건조가 전부 달라집니다. 수성은 물, 래커·에나멜은 유기용제를 씁니다. 래커는 빠르고 단단하지만 아래 도막을 녹일 수 있고, 에나멜은 느리게 말라 닦아내는 표현(먹선)에 유리한 대신 용제가 소재에 스며 파츠를 무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층을 쌓을 땐 '아래를 안 녹이는 조합'을 고르는 게 핵심입니다.
붓으로 시작하는 쪽을 권합니다. 에어브러시는 컴프레서·부스·세척이라는 부수 비용과 루틴을 데려오는데, 붓으로 두 번쯤 칠해봐야 자기가 그게 정말 필요한지(넓은 면·그라데이션·균일 도막) 알게 됩니다. 붓의 한계를 몸으로 느낀 다음에 넘어가면 장비를 헛사지 않습니다.
대개 하지가 없거나, 표면에 이형제·기름기·미경화 레진이 남은 상태에서 칠한 경우입니다. 세척 → 건조 → 서페이서(하지) → 도색 순서를 지키면 밀착이 크게 달라집니다. 손을 많이 타는 모델이라면 마지막에 보호막(바니시)을 얇게 얹는 것도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