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습도계
감으로는 흡습을 못 잡는다 — 숫자 하나가 몇 시간의 삽질을 막는다
감으로는 흡습을 못 잡는다 — 숫자 하나가 몇 시간의 삽질을 막는다
흡습은 이 취미에서 출력 실패의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눈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필라멘트가 습기를 먹었는지 아닌지를 손으로 만져서 알아낼 방법이 없고, 그래서 사람들은 스트링이 나면 리트랙션을 만지고, 표면이 거칠면 온도를 내리고, 층이 부러지면 속도를 줄이며 몇 시간을 씁니다. 온습도계는 그 추측을 숫자로 바꿔주는 물건입니다. 값이 싸고 하는 일도 단순한데, 이게 있으면 '지금 말려야 하나', '이 보관함이 제 역할을 하고 있나', '제습제가 죽었나' 같은 질문이 감이 아니라 확인의 문제가 됩니다. 핵심은 방 습도를 재는 게 아니라 필라멘트가 실제로 들어 있는 공간 안을 재는 것입니다. 방이 50%라도 밀폐 보관함 안이 제습제 덕에 20%대로 유지되고 있다면 그 스풀은 안전하고, 반대로 보관함 안이 방과 똑같은 숫자를 찍고 있다면 그 보관함은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보관함 안에 하나 넣어두면 그 보관함이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지, 제습제가 죽었는지가 숫자로 보입니다. 사실상 짝으로 쓰는 물건입니다.
'언제 말려야 하나'를 감이 아니라 숫자로 정할 수 있고, 식품 건조기를 쓴다면 내부 실제 온도를 확인하는 용도로도 씁니다.
TPU는 흡습에 특히 민감해 보관 상태가 결과에 바로 드러납니다. 습도를 지켜볼 값이 가장 큰 소재 중 하나입니다.
PETG의 스트링·기포는 대부분 습기 문제입니다. 보관함 습도가 어디까지 올라갔었는지 알면 원인 추적이 훨씬 빨라집니다.
보관함 내부를 대략 20% 안팎 이하로 유지하는 걸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고, 30~40%대로 올라오면 제습제를 교체하거나 재생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다만 소재별 민감도가 달라서(TPU·나일론이 예민한 편) 이건 절대 기준이 아니라 실용적인 출발선입니다. 중요한 건 특정 숫자를 맞추는 것보다, 내 보관함이 방 습도와 다른 값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방 습도는 참고값에 그칩니다. 정작 알아야 할 건 스풀이 들어 있는 밀폐함·진공백 안의 습도이고, 이 둘은 제습제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크게 달라야 정상입니다. 반대로 보관함 안이 방과 같은 숫자를 찍고 있다면 그 보관함은 밀폐가 안 됐거나 제습제가 죽은 겁니다 — 이 사실은 안에 넣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절대값은 오차가 있습니다. 취미용 기기의 습도 오차는 대체로 ±5% 안팎으로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방식에서는 그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 '20%대였는데 40%대로 올라왔다'는 변화만 읽어도 제습제를 갈아야 한다는 판단에는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절대 정확도가 필요한 작업이 아니라 상태 추적이 목적이라는 걸 기억하면 됩니다.
보관함 습도가 목표선(대략 20%대) 위로 꾸준히 올라와 있었다면 그 안의 스풀은 이미 어느 정도 흡습했다고 보는 게 안전합니다. 다만 습도계는 '공기'를 재는 물건이지 필라멘트 속 수분을 직접 재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최종 판단은 출력 증상과 함께 봐야 합니다 — 스트링·기포·툭툭 끊기는 압출이 나타나는데 보관 습도까지 높았다면 건조가 1순위 조치입니다.